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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추질환

척추질환에 관한 모든것

작성자 SHUMA | 작성일20-03-1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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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질환에 관한 모든 것들 ]

척추 질환만큼 환자를 헷갈리게 하는 병도 아마 없을 것 같다. 통계에 따르면 인구의 80% 이상이 평생 동안 한 번 이상 요통 때문에 고생을 하며, 7~10%가 만성 척추 질환을 갖고 살아가며, 1% 정도는 그 때문에 신체 장애를 갖게 된다. 그러나 의사마다 해법이 너무 달라 도무지 누구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결정하기 어렵다.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의사가 있는가 하면, 물리-약물치료만 받아도 된다는 의사도 있다. 한의사들은 추나요법이나 침 치료가 최고라고 주장한다. 이미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평가도 제각각이어서 어떤 이는 이 의사가, 어떤 이는 저 의사가 좋다고 또는 나쁘다고 말한다. 환자들은 A병원에서 B병원으로, C한의원에서 다시 A병원으로 갈팡질팡, 우왕좌왕 하고 있다. 이 말을 들으면 이 말이 옳은 것 같고, 저 말을 들으면 저 말이 옳은 것 같기 때문이다.

튼튼한 허리를 위해 먼저 척추의 구조부터 공부해 보자. 인체의 기둥이라는 척추는 25개의 척추뼈로 구성돼 있다. 목을 지탱하는 경추(목뼈) 7개, 갈비뼈와 연결된 흉추(등뼈) 12개, 허리를 지탱하는 요추(허리뼈) 5개 등 24개에다 하나로 합쳐져 있는 천추(골반뼈)와 미추(꼬리뼈) 1개를 합쳐 모두 25개다. 천추와 미추를 자세히 보면 천추는 5개, 미추는 4개의 뼈로 구성돼 있어 척추뼈를 모두 33개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천추와 미추를 제외한 24개의 뼈는 아래에 있는 것일 수록 크기가 크고 견고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또 이 24개의 뼈 사이엔 관절이 발달돼 있으며, 뼈끼리 부딪치지 못하게 쿠션 역할을 하는 디스크(추간판)가 끼어져 있다. 척추 뒷편으로는 어린애 손가락 굵기의 신경이 지나간다. 흔히 ‘디스크’라 부르는 추간판 탈출증이 있으면 다리가 심하게 땅기는 이유는 디스크가 터져 나와 다리로 가는 신경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한편 서로 떨어져 있는 24개의 척추뼈와 척추뼈는 다섯 가닥의 인대(힘줄)가 견고하게 서로 붙들어 매고 있으며, 척추의 앞뒤로 튼튼한 근육이 다시 한번 척추를 지지해 주고 있다.

따라서 요통은 척추뼈, 디스크, 근육, 인대, 신경 중 그 어떤 것에 문제가 생겨도 생길 수 있다. 요통하면 추간판 탈출증만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나 사실은 인대나 근육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요통이 훨씬 많다. 흔히 허리를 삐었다고 말하는 급성 요통은 대부분 인대나 근육의 손상이나 염증이 원인이다. 만성 요통에 시달리는 사람 중에도 잘못된 자세나 운동부족 등으로 허리 근육이 약해진 것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요통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흔히 겪는 통증이며, 물리 치료나 운동 등을 통해 원 상태로 회복 가능하기 때문에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단순 요통’이라 부른다.

문제는 병적인 요통이다. 병적인 요통은 주로 척추뼈나 디스크에 문제가 생긴 경우인데, 경추와 요추가 특히 말썽을 많이 일으킨다. 다섯개의 요추 중에선 가장 아래에 있는 제5번 요추가 가장 많이 탈이 난다. 추간판 탈출증, 디스크 변성증, 척추관 협착증, 척추 분리증, 척추 전방전위증 등이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는 병들이다. 흉추는 갈비뼈와 붙어 있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천추와 미추는 골반 속에서 보호를 받기 때문에 탈이 나는 경우가 흔치 않다.

추간판 탈출증은 척추 뼈와 척추 뼈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말랑말랑한 젤리같은 디스크가 외부적 충격 등의 원인에 따라 터져서 삐어져 나오는 것이다. 디스크가 터지면 그 속에서 흘러나온 수핵이 척추를 지나는 신경을 압박하므로 그 신경의 지배를 받는 다리가 심하게 땅기는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정확하게 말하면 디스크는 허리보다 다리가 더 많이 아픈 병이다.

디스크 변성증은 디스크 내부의 수분 함량이 떨어지면서 말랑말랑해야 할 디스크가 탄성을 잃고 딱딱해 지는 것인데, 이런 디스크는 충격에 매우 약하므로 추간판 탈출증의 원인이 된다. 변성된 디스크는 척추 사진을 찍어보면 까맣게 보이므로 ‘블랙 디스크(black disk)’라 부르기도 한다. 노화현상의 일환으로 40대에 40%, 50대에 50% 정도 나타난다. 그러나 디스크의 탄성이 충분한 10대에게도 추간판 탈출증이 드물지 않게 생긴다.

척추관 협착증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서 신경이 압박 받는 병으로, 중년 이후에 비교적 흔하게 생긴다. 나이가 들면 노화 현상의 일환으로 뼈나 관절이 커져 척추관이 좁아지지만 선천적으로 척추관이 좁은 사람도 있다. 척추관 협착증의 증상은 추간판 탈출증과 거의 비슷하나, 앉아 있을 땐 괜찮다가 일어서거나 걸을 때 증상이 심해지는 게 차이점이다.

척추분리증이란 척추뼈에 금이 가서 사이가 벌어지는 병이다. 척추뼈 뒷 부분 아치모양으로 생긴 부위에 금이 가서 뼈가 앞쪽과 뒤쪽으로 분리되고, 그 때문에 요통이 발생한다. 팔이나 다리 뼈는 부러져도 쉽게 붙지만 분리증의 경우 금이 간 부위가 군더더기 살로 채워지므로 결코 붙지 않는다. 15명에 한 명꼴로 발생하는 매우 흔한 병이지만 모르고 지내는 사람이 훨씬 많다. 선천적으로 척추뼈가 약한 사람이 반복적으로 충격을 받아 뼈가 부러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리증은 척추관협착증이나 척추 전방전위증으로 발전하기 쉽다.

척추 전방전위증은 척추뼈의 위 아래가 분리돼 서로 어긋난 상태로 중년 이후에 비교적 많이 발생한다. 분리증이 심해져서 생길 수도 있고, 노화로 인한 퇴행성(退行性) 변화 때문에 전방전위증이 생길 수 있다. 얼핏 생각하면 척추가 어긋나서 무너져 내릴 것 같지만 금이 간 척추뼈 주변을 인대가 단단히 붙잡아 주고 관절과 근육이 지지하므로 무너지진 않는다. 그러나 신경의 통로가 꺽여 척추관 협착증이 생기기 쉽고 추간판 탈출증처럼 다리가 땅기는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경미하면 허리 운동 등으로 조절할 수 있지만, 좀더 심해지면 척추를 나사못 등으로 고정시키는 수술 등을 받아야 한다.

그 밖에 신경이나 척추뼈에 생긴 각종 양성-악성 종양(혹), 류마티스 관절염, 퇴행성 관절염, 만성 골수염, 강직성 척추염, 각종 세균 감염, 척추 결핵 등도 병적인 요통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척추 질환으로 인한 병적인 요통의 치료에는 분명한 원칙이 있다. 허리에 칼을 대는 것은 좋지 않기 때문에 수술에 앞서 운동, 물리치료, 약물요법 등 ‘보존요법’을 먼저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 개개인에 대한 의사의 치료 방침은 제각각이지만, ‘보존 요법 우선의 원칙’을 부정하는 의사는 한 사람도 없을 것 같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수술을 제일 많이 하는 의사를 찾아 물어봐도 “보존요법을 먼저 해야지요”라고 말할 게 틀림없다.

이렇게 뚜렷한 원칙이 있는데도 의사들이 저마다 ‘딴소리’를 하고, 환자들이 헷갈리는 이유는 언제까지 보존요법을 시행해야 하는지 그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특정 척추 질환의 증상을 10단계로 구분할 때 어떤 의사는 7단계 증상이 나타나야 수술을 고려하지만, 어떤 의사는 3단계 증상만 나타나도 수술해야 한다고 믿는다. 병을 보는 시각이 그만큼 다르기 때문이다. 7단계에 이르러서야 수술하는 의사는 척추 질환은 대부분 보존요법만으로 다스릴 수 있으며, 또 수술에는 항상 부작용 위험이 있으므로 가급적 수술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수술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3단계에 수술하는 의사들은 어차피 완치되지 않아 언젠가는 수술받을 가능성이 크다면 차라리 일찌감치 수술받고 고통없이 사는게 좋지 왜 사서 고생하느냐고 반문을 한다.

공교롭게도 필자는 이같이 정반대 시각을 대표하는 두 명의 척추 의사와 비교적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필자 자신이 척추 분리증과 전방전위증을 동시에 갖고 있는 척추 환자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다리가 몹시 땅겨 척추 사진을 찍어보니 5번 요추 뒷 날개 부분이 부러져 있고, 5번 요추 전체가 앞으로 미끄러져 있었다. 의사는 “아마 어렸을 때 척추에 금이 가고 그 때문에 점점 척추뼈가 미끄러져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처음엔 두 의사 모두 ‘원칙대로’ 보존요법을 권했다. 그러나 1~2년쯤 전부터 그 중 한 의사는 척추뼈가 조금씩 계속 미끄러져 가고 있으니 시간을 내서 수술받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권했다. 또 다른 의사는 척추 사진만 보면 수술을 고려할 필요도 있지만 증상이 크지 않기 때문에 지금 수술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척추사진을 보면 5번 요추와 천추 사이에 분리증과 전방전위증, 디스크 변성증 등이 뚜렷하게 관찰된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증상이 거의 없으며, 달리기나 걷는데 지장이 없다. 심지어 허리에 무리가 간다는 골프 스윙을 하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불편한 점이라면 전철에서 앉지 못하고 서서 가면 가끔씩 다리가 땅긴다는 정도다. 물론 증상이 언제 악화돼서 수술대에 오를지 알 수가 없지만 현재로선 앞으로 10~20년은 너끈히 이 허리로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필자의 사례가 척추 질환 때문에 혼동스러워 하는 많은 환자들에게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감사하게도 필자는 대한민국의 모든 척추 명의를 가장 손쉽게 만나서, 몇시간이고 충분히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입장이다. 내 몸에 생긴 문제라 척추 취재를 한답시고 정말 숱하게 많은 명의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현재와 같은 머뭇거림이다. 수술을 받는 게 좋은지 아닌지 아직도 확신이 서지 않지만 10년 가까이 계속 머뭇거림으로써 결과적으로 비수술파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대신 허리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1주일에 3~4번 5~6Km씩 속보하며, 척추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체중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 결과 “(척추사진에서) 이 정도면 증상이 심해야 하는데 안 아프다니 신기하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왜 의사들이 보존요법을 그렇게 강조하는지는 그래서 이해가 간다.

앞에서 언급한 여러 척추질환 중 보존요법의 효과가 가장 좋고, 따라서 반드시 철저한 보존요법을 해야 하는 병이 바로 추간판 탈출증이다. 추간판 탈출증의 경우, 환자의 75~80%는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아도 2~3주, 길어도 한두달 이내에 증상이 호전된다. 따라서 환자는 진통제를 복용하면서 침대에 누워 2~4일 정도 꼼짝도 않는 ‘침상안정요법’을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하며, 어느 정도 통증이 사라지면 물리치료나 통증클리닉 치료 등을 받는 게 좋다. 그러다 보면 통증이 사라져서 아무 불편없이 생활할 수 있게 되며, 때로는 튀어나온 디스크가 저절로 제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15~20%의 환자는 보존요법이 효과가 없지만, 그들은 그때 가서 수술 등 다른 치료법을 고려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추간판 탈출증 환자들이 ‘보존요법 처방’을 반신반의한다. 당장 아프고 고통스러운데 “누워 있으라”는 의사 말이 믿기지 않기 때문이다. 게 중엔 다른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거나, 한의원에서 침-추나요법 치료를 받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추간판 탈출증이 나으면 그들은 자신이 받은 수술이나 추나요법 때문에 병이 나았다고 굳게 믿는다. 그러나 수술이나 추나요법 때문에 나았는지, 그것과 상관없이 나을 만큼 기간이 경과돼 저절로 나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만약 교과서대로 시간이 지나 저절로 나았다면 그들은 쓸데없이 수술-추나요법을 받은 셈이 된다.

물론 추간판 탈출증 때문에 대소변을 보는 힘이 약해지거나, 다리(특히 발)가 마비돼 전혀 움직일 수 없다면 응급수술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대학병원에서도 1년에 한번 볼까 말까 할 정도로 드물다. 또 추간판 탈출증이 척추관 협착증까지 함께 동반돼 있거나, 척추 사진에서 디스크가 척추신경이 지나는 통로의 50% 이상을 침범했거나, 보존요법을 2개월 이상 시행했는데도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경우엔 수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척추관 협착증이나 전방전위증의 경우, 추간판 탈출증처럼 저절로 낫는 법이 없으므로 증상이 심하다면 수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약물-물리치료와 운동요법을 우선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처음 발병한 순간엔 통증이 심하지만 이같은 보존요법을 시행하다 보면 통증이 사라질 수 있고, 통증이 사라지면 구태여 수술을 받을 필요가 없다. 이 때는 병의 악화를 예방하기 위해 운동을 해서 척추를 지지하는 근육을 단련시켜야 하며, 체중이 많이 나가면 척추에 충격이 커지므로 몸무게도 줄여야 한다. 그렇게만 하면 큰 불편없이 생활할 수 있다. 필자는 전방전위증이 있지만 달리기도 축구도 골프도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척추관 협착증의 경우, 앉아 있을 땐 괜찮지만 조금만 걷거나 서 있으면 다리의 통증이나 저림증이 심해 다시 앉아서 쉬어야 하는 경우, 다리가 부분적으로 마비되는 경우, 척추사진에서 척추 관절이 심하게 불안정한 경우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전방전위증의 경우 10분 이상 서 있거나 걷기 힘들 때, 하지 마비나 대소변 장애가 동반될 때, 자세를 바꿀 때마다 요통이 심할 때, 방사선 검사 결과 척추가 미끄러져 나온 부분이 전체의 25%를 넘을 때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선 그러나 ‘보존요법 우선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 최근 척추 수술이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1999년 1만5962건이던 추간판 탈출증 수술은 2년 만인 2001년 2만7483건으로 72% 증가했다. 또 2001년 현재, 미국에선 인구 10만명당 33명이, 한국에선 65명이 척추를 나사못 등으로 고정하는 척추 고정술을 받고 있다. 세계서 척추 수술이 가장 많은 미국보다도 월등하게 많은 것이다.

특별한 이유없이 갑자기 환자가 폭증하는 법은 없으므로, 척추 수술이 증가한 이유는 척추 의사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들이 더 많은 척추 환자를 ‘발굴’해 낸 결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요통 때문에 병원을 찾으면 많은 의사들이 CT나 MRI 등 척추 사진에 나타난 추간판 탈출증이나 전방 전위증 등을 보여주며 수술을 설득하고 있다. 내버려 두면 병이 악화돼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당장 수술받지 않아도 될 수 없이 많은 환자들까지 수술대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증상이 심하지 않은 상태서, 증상이 심하더라도 충분한 기간 보존요법을 시행하지 않은 상태서 수술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이것은 ‘수술파’ 의사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원칙이다.

한편 수술을 결심했다고 해서 척추 환자의 고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수 많은 척추 수술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추간판 탈출증의 경우 주사(카이모파파인)로 디스크 내 수핵을 녹여 버리는 시술, 특수 기계(뉴클레오톰)로 수핵을 잘게 잘라 흡입해 내는 시술, 내시경과 레이저를 이용해 작게 째서 수핵을 녹여 버리는 수술, 등을 칼로 째서 튀어나온 디스크를 제거하는 전통적 수술, 칼로 째서 디스크를 제거하고 나사못 등으로 척추뼈를 고정시키는 수술 등 여러가지다. 척추 전방전위증이나 척추관협착증도 내시경과 레이저를 이용하는 최소상처척추수술(MISS:Minimally Invasive Spine Surgery)과 칼을 사용하는 전통적 수술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얼핏 생각하면 당연히 최소상처척추수술을 받아야 할 것 같다. MISS는 국소마취 상태에서 수술이 가능하며, 수술 중 출혈이 적어 수혈도 필요 없으며, 회복이 빨라 입원기간이 짧으며, 수술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낮으며, 피부를 작게 절개하므로 미용효과가 뛰어나다는 점 등이 큰 장점이다. 이에 반해 칼을 사용하는 전통적 수술법은 전신마취를 해야 하며, 수혈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회복이 더뎌 입원기간도 길어지며, 수술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도 높으며, 수술 흉터도 길게 남아 미용적으로 문제가 된다. 논란의 여지 조차 없는 것 같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MISS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의사들은 MISS로 치료가 가능할 정도라면 수술하지 않고 내버려 둬도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경증이며, 정말 수술해야 할 정도로 중증이라면 MISS로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가급적 수술않고 치료를 하되,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전통적인 수술법으로 확실하게 끝내는 게 좋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MISS 예찬론자들은 내시경이나 레이저를 사용하면 등을 길게 째는 기존 수술보다 더 정확하고 깨끗하게 수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꼭 그렇진 않지만 앞서 언급한 수술파는 대부분 MISS 예찬론자들이며, 비수술파는 MISS 비판론자들이다.

따라서 수술 방법을 결정할 때는 자신의 병과 그 병에 대한 수술법들의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보고, 또 여러 의사의 얘기를 종합해서 결정할 필요가 있다. 최소상처수술법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의사가 있는가 하면, 그것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단언하는 의사도 있는데, 아무래도 양쪽 다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현실에선 내시경-레이저 수술같은 최소상처수술이 더 적합한 환자도 있고, 등을 길게 째는 전통적 수술이 필요한 환자도 분명히 존재한다. 따라서 수술 직전, 의사로 부터 수술법의 장단점에 관해 충분히 설명을 듣고, 자신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수술법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그 수술을 받으면 어느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수술 후 예상되는 합병증 들은 어떤 것들인지, 합병증이 생겼을 경우 2차적으로 어떤 처치를 할 수 있을 것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을 결코 소홀히 해선 안된다.

이춘성 교수는 한마디로 원칙주의자다.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굽히지 않으며, 상대방의 비원칙이나 편법도 용납하지 않는다. 원칙에서 벗어났다고 판단되면 누구든 가리지 않고 핏대를 세워 공격한다. 마치 벼슬을 꼿꼿이 세운 싸움 닭을 보는 것 같다.

웬만한 척추질환은 운동이나 약물·물리치료 등으로 치료 가능하며, 의술 외적 변수에 따라 수술이 남발돼선 곤란하다는 게 그의 원칙이다. 그가 싸움 닭을 자처하는 이유도 특히 척추 분야에서 원칙에 벗어난 치료가 너무 많이 시행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는 척추 수술의 기준을 가장 엄격하게 적용하는, 가장 보수적인 의사들의 대표주자다.

1956년생인 이춘성 교수는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병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마쳤다. 척추외과의 대가로 꼽히는 석세일 교수의 수제자다. 미국 UC 샌디에고에서 척추기형을 전공한 뒤 줄곧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1996년엔 ‘꼬부랑 할머니’의 원인인 ‘요부변성후만증’을 세계 학계에 최초로 보고했으며, 이 병에 대한 수술법도 체계화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청소년의 허리가 좌우로 휘는 ‘특발성 척추측만증’도 그의 주된 연구 분야 중 하나다.

그는 자기 절제가 매우 강한 사람이다. 다음날 큰 수술이 있으면 컨디션을 해칠만한 약속이나 모임을 갖지 않는다. 척추 수술은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안전망 없는 외줄을 타는 것처럼 지금도 수술을 앞두면 긴장된다고 했다. 20년 넘게 수 많은 척추 수술을 하면서 단 한건의 의료사고도 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그는 엄청난 독서광이다. 매주 일요일, 예배를 본 뒤 서점에 들러 책을 고를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그는 말한다. 급한 성격대로 다방면의 서적을 ‘속독(速讀)’하는데, 특히 역사에 관해선 ‘무불통지(無不通知)’라 할 만한다. 어쩌다 그와 마주앉아 역사 얘기가 나오게 되면 두세시간은 눌러 앉아 얘기를 들어야 한다.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이춘기 교수가 그 보다 한살 많은 친형이다. 2000년 이춘기 교수와 함께 ‘상식을 뛰어넘는 병, 허리 디스크 이야기’(한국학술정보)를 펴냈다.

[척추측만증]

척추가 좌우로 뒤틀리면서 휘는 척추측만증은 최근 학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다. 학교 척추 검진이 확산되면서 전체 학생의 4~5%, 심지어 10%까지 척추측만증 진단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척추측만증이 심해지면 무엇보다 체형이 뒤틀려 보기가 흉해지며, 요통이 생기며, 심한 경우 심폐기능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학부모들의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척추측만증에 대한 실태 조사와 측만증 자체의 위험은 상당히 과장됐다. 척추측만증은 청소년의 약 2% 정도에게 발병하며, 나머지는 잘못된 자세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학교에서 척추측만증 진단을 받았더라도 너무 낙심하지 말고, 믿을 수 있는 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만약 측만증이 아니라 일시적 자세의 변형이라면 꼿꼿하게 허리를 펴게 하는 등 자세의 교정에만 신경을 쓰면 된다.

설혹 척추측만증 진단을 받았다 하더라도 섣불리 척추를 바르게 하는 보조기 치료를 해선 안된다.

척추의 휘어진 각도가 10~25도인 초기 척추측만증인 경우엔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고 더 나빠지지 않는지 관찰만 하는 게 원칙이다. 측만증의 진행을 억제하는 척추 보조기는 온 몸을 옥죔으로써 신체활동을 제한할 뿐 아니라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자신의 신체에 대한 나쁜 인식까지 심어주므로, 휘어진 각도가 25도 이상인 경우만 조심스레 시행해야 한다.

최근 의사, 보조기 상인, 학교가 함께 척추 검진을 한 뒤 학생들에게 보조기 치료를 권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는데 환자와 보호자를 쓸데없이 불안케 하고, 불필요한 치료를 조장하는 등 부작용이 훨씬 크다.

척추측만증 검사의 경우, 척추의 휜 각도가 25도 이하인 경우 아무런 치료도 할 필요가 없으며, 또 25도 이상 척추가 휘어서 보조기 치료가 필요한 경우엔 육안으로도 쉽게 관찰되므로 의학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검사다.

한편 척추측만증은 40도 정도에서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 40도 정도 휘어져도 심폐기능이나 운동능력 등의 장애는 없는 경우가 훨씬 많으므로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40도 이상 휘어진 경우엔 수술을 검토해야 한다.

이춘성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
[2004.06.24 조선일보]
출처[타인글이나 자료 인용] http://www.ahn.or.kr/technote/read.cgi?board=health&nnew=2&y_number=74